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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복숭아>를 기리는 詩.
 : 한 알의 세계를 삼키기 위한 레시피.

쩌렁이는 매미 소리 한자락에 

달궈진 태양이 어지러운 굉음을 울리는 한 낮.

손바닥을 꽉 채운 한 알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대륙의 기억.

아주 오래된 영원한 순간. 

바람과 파도가 부둥켜 울려 고동치는 대양의 맥박.

겹겹이 감각하는 붉은 섬유질을 부풀려서

결계의 틈새를 벌새처럼 날렵하게 가르고

마침내 창백해진 거대한 몽상의 껍질을 찢다.

 

뿌리를 잘라내고 꿈을 꾸며 다시 춤추는 대지의 노래.

사람의 퇴화된 감각하는 촉수를 침략하는 달콤한 향기.

손가락 사이로 말간 물이 뚝뚝

탐스러운 육질에 감싸인 복숭아 한 입.

뭉텅 베어 삼키다.

날이 깊어 복숭아가 익었다.

 

시간을 비틀고 

그림자를 비틀고

덜컹대며 구르는 시간을 거듭 채우고 비워내어

해거름 반짝이는 바닷물결 푸른 눈망울에 교차하는 달과 태양을 한 자리에 불러 노닐다.

질주하고 달음질치며 거듭 본체를 감추고 장난처럼 그림자를 덮어쓰는 지평선 너머 미궁의 시간.

눈 앞에 나타난 세계의 끝.

날이 깊어 맛있는 복숭아가 익었다.

 

훔쳐 온 태양을 삼켜 가둔 

고요한 푸른 빛 심장의 열매.

알이 깨어진다.

알이 깨어난다.

나지막이 읊조리며 부숴지는 물결.

파고의 순간을 잡아타고 마침내 몽상의 출현이다.

 

말캉하고 달큰한 물기를 다 뱉어 내고

눈 앞에 나타난 단단한 파란 씨 한 알.

시간이 차고 넘쳐 세상 곳곳에 복숭아 향기가 파도처럼 덮쳐온다.

곧 창자 속으로 녹아 사라질 한 낮의 꿈꾸는 정원.

태고적 그 순간처럼 깊은 바닷물 웅크린 광대한 심연 속.

이토록 눈부신 파란 열매.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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