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하노파곰
전시명 < 달하 노피곰 >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청명한 밤하늘에 뚜렷이 각인된 호젓하고 고고한 달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면
시간을 따라 흐르는 아름다운 금빛 궤적과 오묘하게 일렁이는 사람의 마음과 마주하게 된다.
태양과 결별하고 그 감춰진 뒷면의 칠흙 같은 심연에서 솟아오른 꽉 찬 만월은 게걸스러운 욕망으로 범람하는 세상을 무심하게 삼켜버린다. <장면#1>
낙하하는 태양.
어스름한 땅거미에 삽시간에 조수처럼 덮쳐오는 짙푸른 물결.
이윽고 흩어지고 자맥질치는 빛의 현존물들.
무력화되고 해체되는 시간의 찰나를 지배했던 조작된 진실, 혹은 환영.
산란하는 빛 속으로 생명의 쪼개진 파편들이 명멸하며 모래알 유희처럼 머나먼 우주 공간으로 먼지가 되어 돌아가고 있다.
공간의 틈새로 푸른 어둠을 끌어들여 무심한 달이 황금빛으로 가득 차오르고
그 달의 그림자와 그 그림자의 그림자가 흩어지고 어우러져 넘실거린다..
달이 춤을 춘다.
태곳적 그날부터 그러했듯이. <장면#2>
그 곳.
쪽빛으로 물든 태초의 헐벗은 시원의 땅.
찬란하게 침묵하는 엄숙하고 매혹적인 이 빛덩어리의 물결.
담대하고 거침없는 진화와 운행이 스스로 말미암은 까닭으로 더없이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모호함이란 껍데기에 본체를 감추고 순간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장면#3>
거듭되는 돌연변이.
감각적인 예민한 촉수.
부풀어오르는 심장.
정수리를 붉게 물들이는 뻐근한 쾌.
잔잔히 빠져드는 생각 속의 락(樂)
저기 멀리 아른대는 손끝에 닿을듯한 영원한 환상의 섬.
환상의 섬에 법칙은 없다. <장면#4>
어둠의 한가운데, 지금-여기.
푸르고 붉은 꽃이 홀연히 들풀처럼 혹성처럼 점점이 피어나고 있다.
구비구비 번져가고, 피고 피어나고, 엉겅퀴처럼 엉키고 설키고, 자라난다.
맥박뛰는 제 몸짓의 결을 타고 무한한 대양으로 우주로 파급되어 부풀고 흘러가는 꽃.
어쩌면 뿌리를 내리지 않고 피어나는 헛된 꽃의 꿈이런가.
피어나는 세상의 모든 것은 꽃을 닮았다. <장면 #5>
지금 하나의 세상이 태어난다.
신 우주다
우주의 법칙은 거듭 옮아가는 생성의 배꼽 속에 있다.
에너지가 소진되면 잠시 멸滅의 뒤로 고단한 반쪽 날개쭉지를 감춰버리는.
당신이 문득 세상에 씨앗으로 날아와서 피고지는 이유.
풀이 돋는다.
그리고 하늘에 두 개의 달이 서로 물끄러미 박혀있다.
달과 그의 수줍은 그림자. <장면 #6>
달이 붉다.
차고 이울어지고
무엇일까……무엇이 될까……아니면 그저 아무것도 아닐……붉은 달.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장면#7>